걷기 좋은 도시, 스페인 코르도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위치한 코르도바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도시 중 하나입니다. 로마 시대부터 이슬람 시대, 그리고 기독교 재정복 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명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마치 살아있는 역사 박물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풍스러운 도시입니다. 

코르도바의 찬란한 역사

코르도바의 역사는 기원전 2세기 로마인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도시가 진정으로 빛을 발한 시기는 8세기부터 11세기까지 이슬람 통치 시대였습니다. 당시 코르도바는 후우마이야 칼리프국의 수도로서 서유럽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였으며, 인구가 50만 명에 달했습니다. 이는 같은 시기 파리나 런던보다 훨씬 큰 규모였습니다.

이 시기의 코르도바는 학문과 예술의 중심지였습니다. 도시에는 수많은 도서관과 학교가 있었고, 그리스 철학서들이 아랍어로 번역되어 보존되었습니다. 또한 기독교도, 이슬람교도, 유대교도가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하는 관용의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메스키타: 건축의 걸작

코르도바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단연 메스키타(Mezquita)입니다. 정식 명칭은 ‘코르도바 대성당-모스크’이지만, 일반적으로 메스키타라고 불립니다. 이 건물은 8세기에 모스크로 건설되기 시작해서 10세기까지 확장되었으며, 13세기 기독교도들이 도시를 재정복한 후에는 모스크 중앙에 가톨릭 성당이 건설되었습니다.

메스키타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850여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광대한 내부 공간입니다. 이 기둥들은 로마와 비잔틴 시대의 유적에서 가져온 것들로, 각기 다른 재질과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기둥 위에 놓인 이중 아치는 빨간색과 흰색의 줄무늬로 장식되어 있어 마치 무한히 펼쳐진 숲 속을 거니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줍니다.

특히 미흐랍(기도 방향을 나타내는 벽감) 주변의 모자이크 장식은 비잔틴 예술가들이 제작한 것으로, 금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진 화려한 기하학적 문양이 절묘한 아름다움을 연출합니다.

유대인 거리와 알카사르

메스키타 북서쪽에 위치한 유대인 거리(Judería)는 중세 시대 유대인들이 거주했던 지역입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하얀 벽의 집들, 그리고 곳곳에 피어있는 제라늄 화분들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이곳에는 스페인에서 가장 작은 시나고그 중 하나인 코르도바 시나고그가 있으며, 14세기에 건설된 이 건물은 무데하르 양식의 섬세한 장식으로 유명합니다.

알카사르 데 로스 레예스 크리스티아노스(Alcázar de los Reyes Cristianos)는 기독교 군주들의 요새라는 뜻으로, 14세기에 건설되었습니다. 이곳은 이사벨라 여왕과 페르난도 왕이 콜럼버스의 신대륙 탐험 계획을 승인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알카사르의 정원은 특히 아름다워서, 분수와 연못, 그리고 다양한 식물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슬람식 정원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꽃의 골목과 전통 파티오

코르도바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히는 장소 중 하나는 ‘꽃의 골목(Calleja de las Flores)’입니다. 메스키타 근처에 위치한 이 좁은 골목은 양쪽 벽을 따라 화분들이 걸려있고, 골목 끝에서 메스키타의 종탑이 보이는 완벽한 구도를 연출합니다.

코르도바의 전통 가옥들은 중앙에 파티오(안뜰)를 두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파티오들은 더운 안달루시아의 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지혜로, 중앙의 분수나 우물 주변에 화분들을 배치하여 자연적인 냉각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매년 5월에는 파티오 축제가 열려 개인 주택의 아름다운 안뜰들이 일반에 공개되며, 이때 도시 전체가 꽃과 향기로 가득 찹니다.

현대의 코르도바

오늘날의 코르도바는 약 33만 명의 인구를 가진 중소 도시로,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채 현대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관광업이 주요 산업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코르도바의 음식 문화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살모레호(차가운 토마토 스프), 플라멩킨(돼지고기와 하몬을 말아 튀긴 요리), 그리고 라보 데 토로(황소 꼬리 스튜) 등의 전통 안달루시아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특히 타베르나스(전통 선술집)에서 셰리주나 몬티야-모릴레스 와인과 함께 타파스를 즐기는 것은 코르도바 여행의 필수 코스입니다.

코르도바는 또한 플라멩코의 본고장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여름 저녁이면 거리 곳곳에서 플라멩코 공연을 볼 수 있고, 전문 공연장에서는 더욱 격정적이고 전문적인 공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여행자를 위한 조언

코르도바를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봄(3-5월)과 가을(9-11월)입니다. 여름에는 기온이 40도를 넘나들 정도로 매우 덥기 때문에 관광하기에 부적합합니다. 만약 여름에 방문한다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시간을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코르도바는 걸어서 둘러보기에 적합한 크기의 도시입니다. 주요 관광지들이 구시가지에 집중되어 있어 하루나 이틀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도시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려면 서두르지 말고 여유롭게 골목골목을 산책하며 그 분위기에 흠뻑 빠져보시기를 권합니다.

코르도바는 단순히 관광지가 아닌, 서로 다른 문명이 만나 조화를 이룬 인류 문화의 보고입니다. 이곳에서 여러분은 역사의 무게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