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Côte d’Azur)에 위치한 칸은 세계적인 영화제로 유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름다운 해변과 풍부한 역사, 그리고 우아한 삶의 방식이 숨어 있는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한때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이곳은 오늘날 럭셔리한 관광지로 변모해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을 매혹시키고 있습니다.
칸의 역사와 발전
칸(프랑스어: Cannes, /kan/)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지역의 알프마리팀주에 위치한 인구 약 7만 명의 도시입니다. 니스 남쪽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이 도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는 작은 어촌 마을이었으나, 19세기에 영국 귀족들이 겨울 휴양지로 발견하면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1834년 영국의 캔살 집사 경(Lord Brougham)이 니스로 가는 길에 콜레라 검역으로 인해 우연히 칸에 머물게 되었는데, 이 지역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별장을 짓고 영국 상류층을 끌어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러시아 귀족과 유럽 각국의 부유층이 이곳에 별장을 짓고 휴양을 즐기면서 칸은 점차 유럽의 상류층을 위한 휴양지로 명성을 얻게 되었죠.
하지만 칸이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칸 영화제의 탄생이었습니다. 1930년대 후반,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부의 개입으로 정치색을 강하게 띠던 베네치아 영화제에 대항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칸 영화제가 계획되었습니다. 원래 1939년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중단되었다가, 전쟁이 끝난 후인 1946년에 정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매년 5월 개최되며, 세계 영화계의 가장 권위 있는 축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칸의 주요 볼거리
1. 라 크루아제트(La Croisette)
칸을 대표하는 명소인 라 크루아제트는 약 2km 길이의 아름다운 해변 산책로입니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를 옆에 끼고 걸으며 화려한 호텔들과 고급 부티크, 세련된 레스토랑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터콘티넨탈 칸’, ‘마제스틱 배리에르’, ‘마르티네즈’ 같은 유명 호텔들은 영화제 기간 동안 수많은 스타들이 묵는 곳이기도 합니다.
크루아제트 대로를 걷다 보면 ‘펜디’, ‘루이비통’, ‘샤넬’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부티크들도 만나볼 수 있어 쇼핑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입니다. 또한 해변을 따라 설치된 벤치에 앉아 지중해의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것도 칸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2. 팔레 데 페스티벌 에 데 콩그레(Palais des Festivals et des Congrès)
칸 영화제가 열리는 콩그레스 센터인 이 건물은 칸의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유명한 ‘레드 카펫’이 펼쳐지는 곳으로, 영화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명소입니다. 건물 앞 ‘스타의 거리(Allée des Stars)’에는 영화제에 참가한 유명 배우들과 감독들의 핸드프린트가 있어 흥미롭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3. 르 쉬케(Le Suquet) – 칸 구시가지
현대적인 해변가와 대조되는 르 쉬케는 칸의 역사적인 구시가지입니다. 언덕 위에 자리잡은 이곳은 중세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좁고 구불구불한 돌길을 따라 올라가면 꼭대기에서 칸의 항구와 도시,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환상적인 전망을 만날 수 있습니다.
구시가지에는 11세기에 지어진 노트르담 데스페랑스 교회(Notre-Dame d’Espérance)와 12세기의 성채인 라 카스트르(La Castre) 성이 있습니다. 라 카스트르 성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예술품과 문화유산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4. 레린 제도(Îles de Lérins)
칸에서 페리로 짧게 이동할 수 있는 레린 제도는 생토노라(Saint-Honorat)와 생트마르게리트(Sainte-Marguerite) 두 개의 주요 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생토노라 섬에는 5세기부터 수도사들이 살고 있는 수도원이 있으며, 수도사들이 직접 만드는 와인과 리큐어로도 유명합니다. 한편 생트마르게리트 섬은 ‘철가면(Man in the Iron Mask)’의 감옥으로 알려진 포트 로얄(Fort Royal)이 있어 역사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두 섬 모두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어 맑은 바다와 소나무 숲 속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5. 포빌 마켓(Marché Forville)
칸의 일상을 경험하고 싶다면 포빌 마켓을 방문해보세요. 매일 아침(월요일 제외) 열리는 이 시장은 지역 농부들과 상인들이 신선한 과일, 채소, 해산물, 치즈, 올리브 오일 등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현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프로방스 지역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칸의 맛과 문화 즐기기
지중해 요리의 천국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칸은 지중해 음식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신선한 해산물, 올리브 오일, 허브, 야채를 활용한 건강한 요리들이 많습니다. 특히 ‘부야베스(Bouillabaisse)’라 불리는 해산물 스튜, ‘니수아즈 샐러드(Salade Niçoise)’, ‘라타투이(Ratatouille)’ 같은 전통 요리는 꼭 맛보아야 할 음식입니다.
해변가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선보이는 정교한 요리를 즐길 수 있지만, 구시가지의 작은 가족 경영 식당에서는 더 정통적이고 가격도 합리적인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로제 와인과 함께하는 식사는 프로방스 지역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칸의 문화적 삶
칸은 영화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활기찬 도시입니다. 매년 여름에는 불꽃 축제인 ‘Festival d’Art Pyrotechnique’가 열려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습니다. 또한 ‘Midem’이라는 세계 최대 음악 산업 축제도 이곳에서 열립니다.
라 카스트르 박물관에서는 지중해 지역과 중동, 히말라야, 오세아니아 등 세계 각국의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칸 속 작은 문화 명소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칸을 방문하기 좋은 시기
칸은 지중해성 기후로 연중 온화한 날씨를 자랑합니다. 여름(6월~8월)은 가장 따뜻하고 붐비는 시즌으로, 해변을 즐기기에 완벽하지만 가격도 가장 비쌉니다. 봄(4월~5월)과 가을(9월~10월)은 날씨가 쾌적하고 관광객도 적어 여행하기 좋은 시기입니다.
5월에는 칸 영화제가 열려 도시가 가장 활기찬 모습을 보이지만, 숙박비가 급등하고 예약도 어려워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영화제를 경험하고 싶다면 최소 몇 개월 전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칸은 영화제의 이미지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방문해보면 영화적 화려함과 프로방스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크루아제트의 화려한 호텔과 요트에서 느껴지는 럭셔리한 분위기와 함께, 구시가지의 좁은 골목길에서 만나는 일상적인 삶의 모습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영화제가 열리는 칸과 평소의 칸은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붐비는 축제 기간을 피해 방문한다면, 더 여유롭게 이 아름다운 도시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느긋하게 카페에 앉아 지중해의 햇살을 즐기고, 해변을 거닐며 바다의 푸른 빛에 취해보세요. 칸은 그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프랑스 남부의 ‘삶의 방식’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여행지입니다. 영화와 예술, 역사, 그리고 지중해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칸.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모든 감각을 일깨우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